Contact SURITREE

suritree.com

“고부가가치 주얼리 디자인 산업, 이제 국가가 키워야”

패션의 화룡점정은 주얼리’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 경제불황임에도 주얼리 관련 산업은 매년 10%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각국의 전략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주얼리를 일종의 재산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남아 있어 주얼리 디자이너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주얼리 산업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200조 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10.5% 상승한 수치다. 국내 규모는 5조 원 정도다.(월곡주얼리진흥재단) 지난 4월 24일~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4 한국주얼리페어’에 작품을 출품한 ㈔한국귀금속보석디자인협회 소속 4인의 여성 주얼리 디자이너와 함께 주얼리 디자인 산업 육성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주얼리 디자인을 신성장 동력으로

사회=주얼리 디자인의 발전 전망은 어떤가.
박은숙=주얼리 산업은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사치품이라는 편견에서 해방되고, 음성시장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전망은 더욱 밝다. 특히 디자인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주얼리 디자인 분야는 더욱 성장 가능성이 높다.

김미란=국내에선 주얼리 분야의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세계 주얼리 산업 규모는 커지고 있다. 손재주가 좋은 한국인들은 주얼리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재작년 태국 전시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빈 대접까지 해주더라.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선 덜 알려져 있어 안타깝다.

정순희=불황에도 시장이 커진 이유는 중국 덕분이다. 현재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특히 지난해 9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협회가 주최한 주얼리 문화전에서 가능성을 봤다. 전시 기간에 약 2만5000명이 관람했는데 그중 7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우리가 1980∼90년대 ‘메이드 인 재팬’을 브랜드 자체로 인식하면서 신뢰했듯, 지금은 중국인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좋은 제품으로 알아봐준다.

문소이=사실 한국의 주얼리 디자이너들은 외국에서 더 알아준다. 이 때문에 업계 전망이 밝은데도 직업 환경이 좋지 않아 실력 있는 인력들이 해외로 떠나 너무 안타깝다. 4년제 대학을 나와도 다른 디자인 분야보다 덜 인정받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도 노력해야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정부 신성장 동력으로 주얼리 디자인 분야를 키워줘야 한다.

국가 주도로 해외 판로 개척해야

사회=한국은 침체기인데 세계적으로 주얼리 산업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부분이 특이하다. 국가에서 어떻게 지원해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정순희=스타 디자이너를 키워야 한다. 이탈리아의 카르티에나 미국의 티파니는 국가적으로 키워준 브랜드다. 예전엔 이탈리아가 강했지만, 지금은 주얼리 산업계에 최강자는 없다. 이런 때야말로 한국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선 주얼리를 ‘제품’으로 보지만 외국에선 ‘작품’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인정을 해주면, 앞으로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미란=원석이 생산되는 나라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공급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원석 구입이 쉽지 않아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게다가 디자이너가 사비를 털어서 원석을 구입한 후 제작해야 하는 구조라 돈이 없으면 디자이너의 역량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문소이=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2013 코리아 브랜드 한류박람회가 런던에서 열렸다. 당시 한국디자인진흥원 부스에서 우리 협회도 작품을 선보였는데 많은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이더라.

그러나 그 열기를 잇기가 쉽지 않다. 해외 전시를 하려면 모두 자비로 해야 한다. 해외 한국문화원에서 주얼리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박은숙=박 대통령이 평소 국내 주얼리 디자인 브랜드를 많이 착용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디자인은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인데 요즘은 캐드나 매트릭스 등 컴퓨터로 디자인을 해야만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기성 디자이너들은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국가에서 이런 디자이너들을 위한 교육을 해주면 주얼리 디자인 산업의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머리 좋고 감각 있는 여성에 적격

사회=주얼리 산업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분야다. 이 직업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가 뭔가.

정순희=사실 업계의 3분의 1 정도가 남성이다. 특히 감정이나 세공 분야에는 남성들의 활약이 크다. 그러나 디자인 분야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주얼리를 소비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미를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인 듯하다.

김미란=주얼리 디자이너는 보석 감정부터 디자인, 판매, 홍보까지 잘해야 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능력을 요한다. 여성들이 그런 것에 강하지 않나. 두루두루 잘하는 것 말이다.

박은숙=우리끼린 주얼리 디자이너가 여성 직업 중 최고라고 말한다. 주얼리는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 사랑을 준다.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원석을 다루다 보니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눈은 항상 반짝거린다며 좋게 봐주는 분들도 많다.

문소이=국내 대학에서 주얼리 관련 학과는 4년제 대학에 31곳, 2~3년제 대학에 22곳이 있다. 현재 4년제 대학은 819명, 2~3년제 대학에선 837명의 졸업생을 매년 배출하고 있다. 국내 1만5000개 사업체가 있지만 불안정한 직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취업을 하지 못해 다른 분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안타깝다.

협회에서는 한국디자인진흥원 등과 협력해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복지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이 합당한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주얼리 디자인 용역 표준계약서의 공시를 앞두고 있고,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특허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공지증명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힘썼다. 앞으로 이 산업을 더 키우기 위해선 국가가 나서줘야 한다.

이가람 / 여성신문 기자